“키오스크는 고문기계”…세상은 변한다, 노인들이 못 쫓아오게[투명장벽의 도시④]
민경환
2022.11.0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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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제 손가락을 잘 보세요. 이렇게 살짝 터치하는 거예요. ‘내가 누르기만 하면 이상한 게 뜬다’고 무서워하셨던 분도 계시죠? 버튼처럼 꾹꾹 누르면 안 됩니다. 그림만 정확하게 터치하세요. 키오스크는 터치 화면이라는 걸 잊으시면 안 돼요.”
지난 9월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시립노인종합복지관에서 키오스크 강좌의 3학기 첫 수업이 시작됐다. 실제와 똑같은 키오스크를 앞에 두고 강사가 사용법을 설명하자 희끗희끗한 머리에 돋보기를 낀 70~80대 학생들이 내용을 꼼꼼하게 노트에 적었다. 아직은 손글씨가 가장 편하다. 중요한 부분은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당장 화면에 안 보인다고 ‘왜 이것밖에 없어’라고 하지 마시고, 화살표 버튼을 눌러 위아래에서 찾으세요. 글씨 읽는 게 힘들겠지만 설명은 잘 보셔야 해요.”
2년여 만에 대면 활동이 재개된 도시 곳곳에는 ‘신문물’이 투명장벽처럼 도사리고 있다. 디지털 낙오자에게 걸림돌은 식음료 주문만이 아니다. 식당·영화 예약, 택시 승차의 기회도 빼앗긴다. 경제활동을 위한 기능적 공간인 도시는 성장을 목표로 한 기술혁신의 장이다. 빠른 변화와 적응이 경쟁력인 공간에서 낯선 이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는 일은 금기에 가깝다.
도시 고령화가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것은 공간과 구성원 간 부조화 탓이다. 역사상 지금처럼 많은 노인이 도시에 산 적은 없다.
전 세계 대도시 인구의 5명 중 1명이 만 65세 이상이며 서울 시민의 중위연령은 이미 42.8세다. 예정대로면 2050년 한국인의 37%가 노인이 된다. 하지만 전례없이 길어진 은퇴 이후의 시간을 꾸려갈 자원과 상상력은 부족하다. 노인 부양을 맡았던 가족과 이웃도 해체됐다. 인구 3분의 1이 노인이 될 숙명을 도시는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가.
키오스크와의 고군분투
복지관, 노인대학, 동주민센터 등에서 최근 인기가 많은 고령층의 키오스크 수업은 보통 5~6주, 길게는 12주 과정이다. 화면에 뜬 아이콘을 찾아 누르는 게 전부인데 12차례나 뭘 가르칠 게 있을까. 의구심은 복지관 수업이 ‘터치법’으로 시작되는 것을 보며 풀렸다. 태어나자마자 화면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려 잠금을 풀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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