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BHC” 보도한 기자가 겪은 3년의 ‘괴롭힘 소송’
노영1
2022.02.17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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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사소송 모두 승소했지만 “봉쇄소송으로 언론 감시 부족”
‘괴롭힘 소송’ 사회적 의제화 못하면 표현의 자유 위축 반복
"BHC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두 번이나 제재를 받은 상습 갑질 기업이다. 그런데도 봉쇄소송으로 인해 BHC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월24일 한겨레 칼럼, '갑질 기업'의 전략적 봉쇄소송, 곽정수 기자)
대기업 전문기자'로 유명한 곽정수 한겨레 선임기자는 2019년 3월 '갑질 논란 BHC, 튀김기름 2.2배 폭리 증거 나왔다', 4월 'BHC 튀김기름 올레산 함량 과장해 소비자 기만' 등 단독기사에서 "BHC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해바라기유의 올레산 함량이 60.6%에 그쳐 국가표준(KS)인 75%에 미치지 못함에도 이를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라고 홍보해 가맹점주와 소비자를 기만하고 부당하게 고액의 가격으로 원재료를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BHC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곽 기자를 형사고소하고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에 나섰다. 민‧형사 모두 피고에 '한겨레'는 없고 '곽정수'만 있었다. 기자 개인을 위축시켜 추가 보도를 막기 위한 전형적인 전략적 봉쇄소송(괴롭힘 소송)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8월 "피의자(곽정수)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자행하는 가맹점에 대한 불공정 계약의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으로 신문기사를 작성했으며 한국품질시험원에서 회신한 기름의 성분 분석 결과 올레산이 전체 기름에서 60.6%만 함유되었다는 실험결과가 존재하는 점 등을 볼 때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불기소처분했다.
서울동부지법은 2020년 12월 1심에서 "피고(곽정수)는 불공정행위 고발이라는 공익적 동기에서 보도했고, (보도에) 위법성을 찾기 어렵다"며 BHC측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BHC가 부담토록 했다. BHC는 항소했고, 지난 14일 서울고법이 항소를 기각했다.
BHC는 민사소송 당시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곽 기자를 가리켜 "2017년 10월경부터 BHC와 관련된 13여 차례의 보도를 하면서 사실관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전체사실 중 일부만 부각해 나쁜 인상을 주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등 악의적 보도를 지속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2017년 10월23일 '공정위, BHC 인테리어비용 분담의무 위반 적발' 기사에서 원고가 가맹사업자에게 인테리어 공사나 간판 교체 비용을 분담시켰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적발됐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허위사실 보도였다. 공정위가 보도 해명 자료를 배포하고 기사가 오보라는 것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단독기사 이듬해인 2018년 5월경 공정위는 한겨레 기사에 나왔던 동일한 사유로 BHC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억4800만 원을 부과했다. 당시 보도를 오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더욱이 BHC측의 준비서면 제출 시점은 이미 과징금 제재가 이뤄진 2019년 10월로, 곽 기자 입장에선 "어이없었던 순간"이다.
3년여간의 소송전이 곽 기자의 '완승'으로 사실상 끝났지만, 애초 BHC의 목적은 승소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의 소송전은 타사의 인용 보도나 후속 취재를 막고 기자에겐 자기검열을 강제한다. 곽 기자는 통화에서 "봉쇄소송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면 봉쇄소송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구체적 입증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입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기자들 또한 2020년 10월 '"개인비리 감추려 BBQ 회장 횡령 증거 조작했다" 실토'란 제목의 단독기사에서 "내부고발자 주씨는 '꾸며진 내부고발' 배후로 BBQ에서 떨어져 나와 경쟁업체가 돼버린 BHC를 지목했다"고 보도한 뒤 BHC로부터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BHC는 2020년 12월 MBC PD수첩 '치킨전쟁'편에 대해서도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이 진행 중이다. 이들 소송이 괴롭힘 소송인지 여부는 따져봐야겠으나, '사법적 범죄'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는 괴롭힘 소송에 대해 사회적 비판이 없다면 이러한 소송 사례는 늘어날 것이고 기자들은 '선별적인' 표현의 자유만 누릴 수밖에 없다.
http://naver.me/F8BYIk4E
‘괴롭힘 소송’ 사회적 의제화 못하면 표현의 자유 위축 반복
"BHC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두 번이나 제재를 받은 상습 갑질 기업이다. 그런데도 봉쇄소송으로 인해 BHC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월24일 한겨레 칼럼, '갑질 기업'의 전략적 봉쇄소송, 곽정수 기자)
대기업 전문기자'로 유명한 곽정수 한겨레 선임기자는 2019년 3월 '갑질 논란 BHC, 튀김기름 2.2배 폭리 증거 나왔다', 4월 'BHC 튀김기름 올레산 함량 과장해 소비자 기만' 등 단독기사에서 "BHC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해바라기유의 올레산 함량이 60.6%에 그쳐 국가표준(KS)인 75%에 미치지 못함에도 이를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라고 홍보해 가맹점주와 소비자를 기만하고 부당하게 고액의 가격으로 원재료를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BHC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곽 기자를 형사고소하고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에 나섰다. 민‧형사 모두 피고에 '한겨레'는 없고 '곽정수'만 있었다. 기자 개인을 위축시켜 추가 보도를 막기 위한 전형적인 전략적 봉쇄소송(괴롭힘 소송)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8월 "피의자(곽정수)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자행하는 가맹점에 대한 불공정 계약의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으로 신문기사를 작성했으며 한국품질시험원에서 회신한 기름의 성분 분석 결과 올레산이 전체 기름에서 60.6%만 함유되었다는 실험결과가 존재하는 점 등을 볼 때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불기소처분했다.
서울동부지법은 2020년 12월 1심에서 "피고(곽정수)는 불공정행위 고발이라는 공익적 동기에서 보도했고, (보도에) 위법성을 찾기 어렵다"며 BHC측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BHC가 부담토록 했다. BHC는 항소했고, 지난 14일 서울고법이 항소를 기각했다.
BHC는 민사소송 당시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곽 기자를 가리켜 "2017년 10월경부터 BHC와 관련된 13여 차례의 보도를 하면서 사실관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전체사실 중 일부만 부각해 나쁜 인상을 주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등 악의적 보도를 지속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2017년 10월23일 '공정위, BHC 인테리어비용 분담의무 위반 적발' 기사에서 원고가 가맹사업자에게 인테리어 공사나 간판 교체 비용을 분담시켰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적발됐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허위사실 보도였다. 공정위가 보도 해명 자료를 배포하고 기사가 오보라는 것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단독기사 이듬해인 2018년 5월경 공정위는 한겨레 기사에 나왔던 동일한 사유로 BHC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억4800만 원을 부과했다. 당시 보도를 오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더욱이 BHC측의 준비서면 제출 시점은 이미 과징금 제재가 이뤄진 2019년 10월로, 곽 기자 입장에선 "어이없었던 순간"이다.
3년여간의 소송전이 곽 기자의 '완승'으로 사실상 끝났지만, 애초 BHC의 목적은 승소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의 소송전은 타사의 인용 보도나 후속 취재를 막고 기자에겐 자기검열을 강제한다. 곽 기자는 통화에서 "봉쇄소송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면 봉쇄소송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구체적 입증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입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기자들 또한 2020년 10월 '"개인비리 감추려 BBQ 회장 횡령 증거 조작했다" 실토'란 제목의 단독기사에서 "내부고발자 주씨는 '꾸며진 내부고발' 배후로 BBQ에서 떨어져 나와 경쟁업체가 돼버린 BHC를 지목했다"고 보도한 뒤 BHC로부터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BHC는 2020년 12월 MBC PD수첩 '치킨전쟁'편에 대해서도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이 진행 중이다. 이들 소송이 괴롭힘 소송인지 여부는 따져봐야겠으나, '사법적 범죄'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는 괴롭힘 소송에 대해 사회적 비판이 없다면 이러한 소송 사례는 늘어날 것이고 기자들은 '선별적인' 표현의 자유만 누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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