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먼지 때문에"..펜션 주인 때려 숨지게 한 만년 공시생 감형
민경환
2022.03.1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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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30대 중반을 넘어 속수무책으로 차오르고 있고, 대학도 교사인 부모 아래서 입시 4수 끝에 겨우 늦깎이로 졸업했는데, 취업의 문턱은 쉽사리 넘을 수도 없다.
A씨(36)는 수년 째 학생도, 사회 구성원도 아닌 애매한 투명인간으로 매년 돌아오는 공무원 시험에 낙방하며 살고 있었다.
도심 속 이정표를 들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역동성에 치여 숨이 가빴던 A씨는 산속에 들어가서 생활하면 마음이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19일 경남 양산에 있는 한 사찰을 방문해 자신의 운명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며 주지스님 예방을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당하자 성난 산짐승처럼 경내에 있는 기물을 파손하고 땅에 머리를 박는 등 소동을 피웠다.
경찰서에 인치된 A씨는 가족이 정신과에 데려가 진료를 받게 하려 했지만 병원 주차장에서 도망쳐 나와 산청의 한 펜션을 예약하고 찾아갔다.
이날 저녁 7시쯤 자신이 머물 객실을 배정 받은 A씨는 사람과 사회와 동떨어져 산 속에 숨었다는 안도감이 드는 한편, 여전히 자신을 '겁쟁이', '은둔자'로 보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A씨는 생각했다. 생각을 떨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생각을 떨쳐야한다는 생각을 멈추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를 또 생각했다.
순간, 객실 내부에 먼지 한 뭉치가 A씨의 신경을 건드렸다. 이를 따지기 위해 A씨는 생각의 꼬리를 얼른 자르고 일어나 펜션 주인인 B씨(당시 76세)가 있는 2층으로 향했다.
하지만 B씨는 다른 손님의 전화를 받으며 1층의 한 객실로 들어가 버렸다. A씨는 화가 났다. 당장 따져야 하는 데 먼지 한 톨 따지는 일 마저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 없었다.
A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피해자가 전화통화를 하는 내용을 들으니 손님이 3~4명 더 온다고 했다. 그 사람들이 오면 피해자와 합세해 나를 해칠 것 같았다. 나는 혼자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나쁜 사람으로 보여서 피해자를 빨리 때려서 나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에 A씨는 B씨가 들어간 객실로 쫒아 들어가 B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바닥에 넘어뜨리고 발로 얼굴을 짓밟았다. 그리고 B씨가 숨졌다.
A씨는 이후 현장을 달아났다 다음날 범행현장에서 200m 가량 떨어진 농막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과 A씨측 모두 항소를 제기했고, 부산고법 창원제1형사부(민정석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6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조현병 진단을 받은 아버지 때문에 정신과 진료에 거부감을 느껴서 진료를 받은 적이 없을 뿐, 자신은 급성편집(망상)성 장애를 갖고 있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공황상태에 빠지는 등 매우 심약한 상태라고 했다.
원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드리지 않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됨에도 원심이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http://news.v.daum.net/v/2022021417052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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