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먼지답게 사는 것도 괜찮아
민경환
2022.06.0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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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별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무척 당당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라는 자긍심이 샘솟는다. 그런데 우주 먼지라고 하면 홀로 달의 뒤편으로 나아갔던 마이클 콜린스만큼이나 외롭고 고독해진다. 바람이 불면 훅 바스러져 산산이 날아가버릴 하찮은 존재가 된 것만 같다. 그런데 우주 먼지도 별에서 온 게 아닌가.
심채경|천문학자
아폴로 11호의 사령선 조종사였던 마이클 콜린스는 인류 최초로 달 너머에 도달했던 사람이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여정을 함께 했던 두 동료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을 달 표면으로 내려보낸 뒤 콜린스는 사령선에 홀로 남아 달 주위를 돌았다. 사령선이 달의 뒤편으로 넘어가자 지구는 달에 가려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다시 지구가 보일 때까지 48분. 인류가 아는 모든 생명체를 지구와 달에 남겨둔 채 그는 그토록 우주적인 절대 고독을 맞이했다.
달에서 찍은 사진 속 지구는 영롱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대단히 작다. 그 사진을 찍은 탐사선에 탑승하고 있던 우주비행사 몇명을 제외한 모든 지구 생명체가 한장에 들어 있음을 생각하면 참으로 작다. 어디 그뿐인가. 수십년째 우주여행 중인 보이저 탐사선은 태양계 바깥쪽으로 나가면서 잠시 뒤를 돌아 태양계 행성들을 바라보았는데, 그렇게 찍은 사진 속 ‘창백한 푸른 점' 지구는 간신히 화소 한개를 차지하는 크기다. 아직까지 더 멀리 나간 탐사선은 없지만, 우리 은하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태양계 전체도 하나의 점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 은하가 속한 국부 은하군도 거대한 처녀자리 은하단의 주변부에 있는 작은 그룹일 뿐이다.
아무리 자아가 비대한 사람이라도 가끔은 스스로가 보잘것없는 존재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달에서 지구를 찍은 ‘지구돋이' 사진이나 태양계 멀리에서 지구를 찍은 ‘창백한 푸른 점'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은하와 그 너머의 광막한 우주에 대해 상상하다 보면, 인간이란 과연 우주의 먼지 한톨에 지나지 않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명상에 빠져들게 된다.
천문학자들은 아무래도 우주의 거대한 규모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니 허무주의에 빠지기 쉽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럴 때 어떻게 이겨내느냐고 내게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천문학자라고 해서 우울과의 분투를 벌이는 사람의 비율이 특별히 더 높지는 않다. 천문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란 광대한 우주 속 티끌 같은 존재임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한 사실에 충격을 받지도 않고, 허무함에 빠지지도 않는다. 인간도 우주라는 거대한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은 그저 자연스러울 뿐이다.
우주는 재활용과 자급자족에 능하다. 태초 빅뱅 직후 몇분 동안 만들어낸 수소와 헬륨 등의 물질을 가지고 138억년을 영속해왔다. 작고 가벼운 최초의 입자들이 모여 별을 이루면서 핵융합 과정을 통해 헬륨에서 철에 이르는 원소들을 만들어냈다. 별이 핵융합의 원료로 사용할 물질을 거의 다 소진하고 나면, 크고 밝은 별은 초신성으로 폭발한다. 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폭발은 일생 동안 경험했던 수십억도의 열과 이를 버틸 만큼의 압력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그 순간에 철보다 더 무거운 금속 원소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별을 이루고 있던 물질은 주변 공간으로 산산이 흩어진다. 그러다 입자가 모여 다시 별이 탄생하기도 하고 별을 만들다 주변에 남은 물질이 행성을 이루기도 하니, 그 안에 있는 우리를 이루는 입자도 별의 잔해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혹자는 우리 모두를 별들의 자손이라고 부른다. 별가루로 빚어진 존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스스로가 별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무척 당당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라는 자긍심이 샘솟는다. 그런데 우주 먼지라고 하면 홀로 달의 뒤편으로 나아갔던 마이클 콜린스만큼이나 외롭고 고독해진다. 바람이 불면 훅 바스러져 산산이 날아가버릴 하찮은 존재가 된 것만 같다. 그런데 우주 먼지도 별에서 온 게 아닌가. 그러니까 우리가 한낱 우주 먼지라는 것과 별들의 자손이라는 것은 같은 말이다.
우주 먼지는 대단히 유약한 존재다. 조금의 중력이라도 느껴지면 지체 없이 그쪽으로 빨려들어간다. 엄청나게 뜨거운 별 내부에서 하염없이 타오르며 산산조각 나기도 하고, 별의 표면에서 하릴없이 떠다니다 주변의 행성에 가닿거나 이름 모를 소행성에 내려앉기도 한다. 별의 수명이 다한 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 정신없이 내동댕이쳐진 뒤 우주를 떠돈다. 그러다 또 무언가의 중력에 휩쓸린다. 우주 먼지로 이루어진 우리의 삶이 우주 먼지의 일생을 닮은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우주의 먼지답게, 때로 일희일비하며 잘 살아가는 것도 꽤 괜찮다. 별에서 온 우주적 존재로서 우리가 그 정도는 능히 해낼 수 있다.
http://m.hani.co.kr/arti/opinion/column/1013431.html
심채경|천문학자
아폴로 11호의 사령선 조종사였던 마이클 콜린스는 인류 최초로 달 너머에 도달했던 사람이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여정을 함께 했던 두 동료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을 달 표면으로 내려보낸 뒤 콜린스는 사령선에 홀로 남아 달 주위를 돌았다. 사령선이 달의 뒤편으로 넘어가자 지구는 달에 가려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다시 지구가 보일 때까지 48분. 인류가 아는 모든 생명체를 지구와 달에 남겨둔 채 그는 그토록 우주적인 절대 고독을 맞이했다.
달에서 찍은 사진 속 지구는 영롱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대단히 작다. 그 사진을 찍은 탐사선에 탑승하고 있던 우주비행사 몇명을 제외한 모든 지구 생명체가 한장에 들어 있음을 생각하면 참으로 작다. 어디 그뿐인가. 수십년째 우주여행 중인 보이저 탐사선은 태양계 바깥쪽으로 나가면서 잠시 뒤를 돌아 태양계 행성들을 바라보았는데, 그렇게 찍은 사진 속 ‘창백한 푸른 점' 지구는 간신히 화소 한개를 차지하는 크기다. 아직까지 더 멀리 나간 탐사선은 없지만, 우리 은하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태양계 전체도 하나의 점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 은하가 속한 국부 은하군도 거대한 처녀자리 은하단의 주변부에 있는 작은 그룹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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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들은 아무래도 우주의 거대한 규모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니 허무주의에 빠지기 쉽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럴 때 어떻게 이겨내느냐고 내게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천문학자라고 해서 우울과의 분투를 벌이는 사람의 비율이 특별히 더 높지는 않다. 천문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란 광대한 우주 속 티끌 같은 존재임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한 사실에 충격을 받지도 않고, 허무함에 빠지지도 않는다. 인간도 우주라는 거대한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은 그저 자연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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