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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학교 주변서 발견된 751개 무덤... 캐나다의 비극

노영1
2022.01.10 07:40 13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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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족 국가다 보니 다양성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교육하는 캐나다지만, 설립 초기의 캐나다는 다양성과 거리가 먼 정책을 폈다. 프랑스와 영국인들이 식민세력을 넓히고자 각축전을 벌이기 전 캐나다는 본래 수천 년간 원주민들이 터를 잡아 살고 있던 땅이었다. 그런 땅에 들어와 서로 더 많은 땅을 갖겠다며 전쟁을 벌이고 나라까지 세웠으니 제대로 '침입자'인 셈인데, 한술 더 떠 터줏대감인 원주민들에 대한 동화정책까지 펼쳤다.

순화된 표현으로 '동화'지, 실은 '말살' 정책에 다름 아니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그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원주민 아이들을 부모와 공동체에서 떼어내 수백 km 떨어진 이른바 '기숙학교'에서 생활하게 했다. 당시 자녀를 기숙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감옥에 보내졌다고 한다.
 
정부와 가톨릭 교회가 운영했던 기숙학교에서 원주민 아이들은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철저히 금지당한 채, 백인의 문화와 관습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새로 배워나가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와 만연한 질병까지 아이들을 괴롭혔다.

1996년까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15만 명의 아이들이 그렇게 원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박탈당했다. 공식집계에 따르면 학대와 방임, 자살, 질병 등으로 기숙학교에서 사망한 아이들의 수가 3213명이라는데, 실종자 등을 감안하면 실제 사망자 수는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생존자들의 증언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 신체적·성적·정신적 학대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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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751개의 무덤이 발견된 서스캐처원주 매리벌 기숙학교의 생존자 배리 케네디는 어느 날 밤 비명을 지르며 끌려나간 후로 다시는 볼 수 없었던 친구를 기억한다. 퀘벡주의 한 기숙학교 생존자인 사가나쉬도 기숙학교 생활 10년 동안 사라져버린 친구들을 떠올리며 <더 가디언>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어느 날 사라져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그 친구들은 신체적, 성적, 정신적으로 학대를 당했습니다. 그 아이들의 눈빛과 표정이 섬광처럼 떠오릅니다. 그건 소리 없이 내게 보내던 말들이었습니다. 눈물 없이 도움을 구하는 외침이었습니다. 그 기억들은 평생동안 제 곁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또 한 명의 매리벌 기숙학교 출신인 플로렌스 스파비에는 "원주민 가정에서 배웠던 문화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입받았다"며 캐나다 언론사인 CBC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우리 민족, 우리 부모와 조부모는 모두가 야만인이기 때문에 정신적 존재가 되는 법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전의 우리와는 다르게 되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그러니 이런 기억을 뼛속 깊이 새기고 있는 기숙학교 생존자들은 최근 1000여 개에 달하는 무덤이 발견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 친척과 친구들의 이름 없는 무덤이 캐나다 땅 곳곳에 흩어져 있음을. 그들이 이번 일에 대해 "너무나 충격적이고 비극적이지만 놀랍지는 않다"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에 원주민 단체 대표 및 정치인들이 잇따른 성명서를 통해 연대와 지지를 표하고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CancelCanadaDay(캐나다 데이를 취소합시다)
 

5년간 기숙학교 생존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온 '진실화해위원회'는 기숙학교 프로그램을 '문화적 집단 학살'이란 말로 표현한다.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무덤들이 더 많이 남아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발간된 이 위원회의 보고서에는 추악한 과거사를 해결하고 170만 원주민을 공정하게 처우하기 위해 캐나다가 취해야 할 94가지 조치들이 제시된 바 있다. 진실과 화해의 여정에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열악한 건강, 교육, 경제 상황에 놓여있는 원주민들에게는 아직도 더디고 부족하게만 느껴지고 있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철저한 억압과 금기 속에 갇혔던 아이들. 그들은 자신의 문화를 야만적이고 열등한 것이라 칭하는, 본래 이방인이었으나 주인이 돼버린 이들로부터 모진 학대와 방임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어른이 되지 못하고 영영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2021년이 돼서야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로 인한 분노와 슬픔의 분위기 속에, 이번 캐나다 데이는 예년과 사뭇 다른 모습을 띄게 됐다. 캐나다 데이가 되면 각지에서 축하식이 벌어지고 밤늦은 시각까지 폭죽 소리가 들려오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에는 기념행사를 취소하자는 움직임이 번져왔다. #CancelCanadaDay(캐나다 데이를 취소합시다)라는 슬로건 아래 B.C주, 앨버타주, 온타리오주, 마니토바주에서는 캐나다 데이인 7월 1일 많은 집회들이 계획됐다.


 
이처럼 캐나다 데이 행사의 방향을 바꾸어 화해교육과 숙고에 초점을 두려는 움직임이 캐나다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금요일 담화에서, 캐나다 데이를 축하할 수 없는 이들을 존중하고 귀 기울이면서 캐나다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기로 서약하자면서 이번 캐나다 데이는 '숙고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캐나다 데이가 축하 뒤에 가려진 슬픔의 시간을 기억하는 날이 되길 바란다.


/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47&aid=0002318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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