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 쇼핑을? 꼰대 같네"…MZ세대 인식에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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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백화점은 최신 유행의 상징이었다. 적어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시내 유명 백화점은 늘 젊은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누군가에게 귀한 선물을 하려면 당연히 백화점부터 찾았다. 올 봄에 유행할 패션이 무엇일 지를 알아내려는 ‘패셔니스타’들도 백화점 매대 입구에 서 있는 마네킹의 패션을 눈여겨 보곤 했다. 1980년대까지만해도 1%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백화점은 1990년대에 등장한 X세대의 취향을 사로잡으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대중 문화의 르네상스를 만들어냈던 X세대는 패션과 액세서리에서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난 그들만의 브랜드를 선호했고, 덕분에 영패션(young fashion)이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
(중략)
X세대와 함께 누렸던 백화점의 영화는 2010년대부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힙합퍼를 필두로 1020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온라인 유통 채널이 등장했다. ‘무진장 신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무신사가 패션 플랫폼으로 등장한 것도 2012년이다. 이들은 소위 스트리트 패션이라 불리는 1020세대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을 모바일에 모아놨다. 저렴하면서도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한 젊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새로운 유통 채널을 만나 날개돋친 듯 팔렸다. 어쩌면 이 때가 백화점이 변화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무신사는 ‘을 중의 을’이었다.
하지만 백화점은 ‘8대2의 법칙’에 집착했다. 전체 매출의 8할을 잘 팔리는 2할이 벌어준다는 얘기다. 삼성물산,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패션 대기업들과 공생하면서 백화점은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씩 잘 팔리는 브랜드에 집착했다. 새로운 물결은 잘 팔리는 20%가 아니라 나머지 80%가 잉태하고 있었지만, 백화점과 패션 대기업들은 이를 애써 무시했다. 시쳇말로 백화점은 X세대와 함께 늙어갔다.
코로나19와 함께 보낸 최근의 2년은 백화점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줬다. 이대로 가다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백화점들은 소위 명품 등 해외 브랜드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패션 대기업들도 같은 방식을 택했다. 당장 돈이 되기 어려운 데다 거액의 투자비를 잡아 먹는 내셔널 브랜드를 키우는 대신, 해외 브랜드 판권을 가져오는 것으로 키를 완전히 돌렸다. 사실, 패션 대기업들은 종합상사의 패션 부문에서 분할된 조직이다. 애초의 DNA가 똘똘한 해외 물건을 잘 골라내 국내에서 파는데 특화돼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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