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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이스' 판박이..필리핀 콜센터에선 과연 무슨 일이?

민경환
2022.03.13 05:46 6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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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보이스피싱은 공감이란 말이야!"

중국에 콜센터를 차린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총책은 이 말 한마디로 조직을 움직인다.

총책은 직원 수십 명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어차피 이 바닥은 남의 고통 먹고 사는 거란 말이야"라며 사기 수법을 설명한다.

수백억의 목표액이 설정되면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뜯는다.

변호사를 사칭한 사기 행각에 걸려들어 딸 병원비, 아파트 중도금을 뜯긴 한 여성.

이 여성의 남편이자 전직 형사는 이 돈을 찾기 위해 중국 북동부에 있는 콜센터로 잠입, 결국 총책을 붙잡는 데 성공한다.

지난해 개봉해 인기를 끈 영화 '보이스'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보이스피싱의 메커니즘과 폐해를 여과 없이 보여줬다.

영화에서 추악한 민낯을 보인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이 실제로 검거돼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A(47)씨는 2015년 초 필리핀 마닐라에 콜센터 사무실을 차렸다.

부사장, 관리책임자 등 임직원들을 아래에 두고 인터넷 전화기, 컴퓨터 등 집기를 갖췄다.

2015년 6월,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30여 명을 모으고 '업무 매뉴얼'을 익히도록 했다.

근무 시간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업무시간 이외에는 숙소에 머무르고 외출, 외박 시 사유와 행선지를 팀장들에게 보고해야 했다.

사무실 위치와 범행에 대한 이야기는 외부 발설을 금지했다.

업무 실적이 부진하거나 무단 외출이 적발되면 욕설과 폭언을 들어야 했다.

탈퇴 의사를 밝힌 조직원들을 폭행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조직원 대부분은 성실히 근무했다.

보이스피싱에 성공하면 거액(편취 금액의 40∼50%)을 지급받았기 때문이다.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큰돈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영화의 장면이 실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무 매뉴얼은 이랬다.

1팀 상담원들은 팀장으로부터 매일 아침 받는 50여 개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대출을 핑계로 피해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 기본 정보를 수집했다.

이 전화번호는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사들인 것이었다.

정보 수집 결과를 팀장에게 보고하고 나머지 2∼4팀은 이를 토대로 피해자에게 재차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공공기관·금융기관 직원을 사칭, 피해자를 속이고 차명 계좌에 돈을 이체하도록 했다.

주로 '대출을 받으려면 거래 내역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진행하는 대환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인지세 등을 납부해야 한다'는 등의 말로 피해자들을 꼬드겼다.

이 말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돈을 넘겨줬다.

A씨는 조직원들과 함께 1년가량 사기 범행을 거듭했고 피해자는 수백명으로 늘어났다.

피해 금액은 자그마치 58억6천여만원이었다.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국내 인출책, 전달책을 차례로 잡아들이면서 수사망을 좁혔다.

결국 A씨 역시 경찰에 적발돼 지난해 국내로 송환, 법정에 섰다.

사건을 맡은 전주지법 형사제4단독 김경선 부장판사는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단체 조직·활동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관련법 법정 최고형에 해당하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상당한 기간 불특정 다수인의 정보를 모아서 그들을 대상으로 조직적, 계획적, 지능적으로 범행했다"며 "피해자가 다수인데 피고인은 그들의 피해를 제대로 회복해주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http://news.v.daum.net/v/20220228152748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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