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러시아 반도체 수출제한 카드 꺼낸 美…삼성·LG 영향은?
민경환
2022.03.1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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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유럽연합(EU)·영국 등 서방 진영이 일제히 경제·금융 제재로 즉각 응수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에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 등 하이테크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는 포괄적인 제재 방안이 나오면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우리나라 기업도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게 됐다.
미국 상무부는 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제한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러시아의 국방, 항공우주, 해양 분야를 주로 겨냥했다면서 구체적으로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보안 장비, 레이저, 센서 등이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상무부가 적용한 규정은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이다. FDPR는 미국 밖의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제조 과정에서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장비나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강력한 제재 조항이다. 미중 갈등이 극도로 심해졌던 시기에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치명타를 주기 위해 꺼내든 카드다. 스마트폰의 핵심 OS(운영체제)인 구글 안드로이드 공급을 끊었고, 각종 반도체 칩 수출도 제한했다. 기술력이 없는 화웨이 입장에서는 더는 스마트폰을 생산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셈이다. 수출을 하려면 미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역시 그간 러시아로 수출해온 품목 중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등이 대표적인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별도로 대러 독자 제재는 하지 않겠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황이라 미국의 조치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우선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 수출은 전면 금지된다. 지난해 한국의 대 러시아 반도체 수출액은 7400만달러(855억원)로 전체 반도체 수출의 0.06% 수준이라 금액만 보면 타격은 크지 않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의 수요-공급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가격 등락이 나타날 수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반도체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최대한 수익을 끌어내는 게 최적이지만, 시장이 급변할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특수가스 수급 문제도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희귀가스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입 의존도가 상당해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네온 중 우크라이나 비중은 23%, 러시아 비중은 5.3%다. 2020년에는 우크라이나 수입 비중이 52.5%로 1위였다. 네온은 실리콘 웨이퍼에 미세회로를 새기는 반도체 노광공정에 사용된다.반도체 식각공정(회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깎는 것)에 사용하는 크립톤의 우크라이나 수입 비중은 30.7%, 러시아 비중은 17.5%에 달한다. 양국의 충돌이 가시화될 경우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물론 우리 기업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교훈으로 희귀 가스 재고를 상당수 확보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희귀가스 가격이 급등해 생산 차질이 벌어질 리스크가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불거진 2015년 우크라이나 분쟁 당시에는 네온 가격이 10배 이상 치솟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수급 다변화로 상당수 재료를 확보해 당장 수급난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리스크 요인이다”고 말했다.
전자제품의 꽃인 반도체 수출 금지로 인한 ‘나비효과’도 문제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모든 가전제품, 전자기기에는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각각 생산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에서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기에는 반도체가 탑재되기 때문에 공장 가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이 전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적어서 직접적인 영향은 적은 편”이라면서도 “동아시아, 동유럽 시장의 매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기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 23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가뜩이나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장가동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번 제제안에서 국제금융결제망인 스위프트(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망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방안은 빠졌지만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다. 달러화 결제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실제 실현될 경우 수출, 수입 기업 모두 대금을 받고 결제하는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위안화, 루블화 등 다른 통화로 환전해서 대금을 결제해야 하는데 이 경우 각종 환전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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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는 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제한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러시아의 국방, 항공우주, 해양 분야를 주로 겨냥했다면서 구체적으로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보안 장비, 레이저, 센서 등이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상무부가 적용한 규정은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이다. FDPR는 미국 밖의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제조 과정에서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장비나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강력한 제재 조항이다. 미중 갈등이 극도로 심해졌던 시기에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치명타를 주기 위해 꺼내든 카드다. 스마트폰의 핵심 OS(운영체제)인 구글 안드로이드 공급을 끊었고, 각종 반도체 칩 수출도 제한했다. 기술력이 없는 화웨이 입장에서는 더는 스마트폰을 생산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셈이다. 수출을 하려면 미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역시 그간 러시아로 수출해온 품목 중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등이 대표적인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별도로 대러 독자 제재는 하지 않겠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황이라 미국의 조치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우선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 수출은 전면 금지된다. 지난해 한국의 대 러시아 반도체 수출액은 7400만달러(855억원)로 전체 반도체 수출의 0.06% 수준이라 금액만 보면 타격은 크지 않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의 수요-공급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가격 등락이 나타날 수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반도체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최대한 수익을 끌어내는 게 최적이지만, 시장이 급변할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특수가스 수급 문제도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희귀가스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입 의존도가 상당해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네온 중 우크라이나 비중은 23%, 러시아 비중은 5.3%다. 2020년에는 우크라이나 수입 비중이 52.5%로 1위였다. 네온은 실리콘 웨이퍼에 미세회로를 새기는 반도체 노광공정에 사용된다.반도체 식각공정(회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깎는 것)에 사용하는 크립톤의 우크라이나 수입 비중은 30.7%, 러시아 비중은 17.5%에 달한다. 양국의 충돌이 가시화될 경우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물론 우리 기업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교훈으로 희귀 가스 재고를 상당수 확보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희귀가스 가격이 급등해 생산 차질이 벌어질 리스크가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불거진 2015년 우크라이나 분쟁 당시에는 네온 가격이 10배 이상 치솟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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