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해열제도 없다'…환자 급증에 의약품 품귀 조짐
민경환
2022.04.01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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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의료계에 따르면 하루 3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연일 발생할 정도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는 현재 사실상 시중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특히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만 나와도 팍스로비드 처방이 가능해져 이 약을 구하려는 환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현재 팍스로비드는 지정 약국 472곳에서만 조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처방을 받아도 재고가 남아 있는 약국을 찾으러 멀리까지 이동해야 하는 환자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또 약 처방과 조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환자를 상대하는 병원과 약국들의 업무도 폭주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팍스로비드의 공급은 조금씩 되고 있는 반면 처방은 14일 이후로 상당히 많이 늘었다"며 "처방을 받아도 환자가 약국에 가면 재고가 소진돼 있고, 약을 구하기 위해 다른 약국으로 멀리까지 이동해야 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병원에서도 팍스로비드 재고가 남아 있냐는 전화가 엄청나게 많이 오고 있다"며 "약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안내해야 하는데 그런 행정적인 업무로도 과부하가 걸려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서울 도봉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개원의 B씨는 "환자들은 너도나도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으려고 하는데 약이 없어서 처방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의사가 일부러 약을 안 주는 것으로 생각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같은 팍스로비드의 품귀 현상에 대해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선 정부가 팍스로비드를 충분하게 공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온 팍스로비드는 16만3000명 분인데 처방된 물량은 5만3000명분 뿐이고 11만명 분이 재고로 쌓여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요 관리에 실패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가격이 수십만원에 달하는 팍스로비드는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처방해야할 약임에도 증상이 경미한 환자들까지 구매 경쟁에 뛰어들게 했다는 지적이다.
B씨는 "약은 그만한 조건이 되고 증상이 동반돼야 처방할 수 있는데 기저질환이 있다고 처방해달라고 하고, 기침이나 콧물이 조금 나는 경미한 증상인데도 팍스로비드를 처방해 달라고 하고 있다"며 "가격이 80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싼 약인데 60세 이상에는 일괄 배송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인 부담을 2만원만 붙여도 아무도 안 사먹고 아픈 사람에게 약이 갈텐데 이 비싼 약을 공짜로 준다고 홍보를 하니 너도나도 처방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처방해야 할 약도 없다. 접근 방법이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의료 현장에서는 팍스로비드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호흡기 질환에 사용되는 의약품의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의약품 처방이 늘어난데다 마스크·타이레놀·진단키트 '대란' 때처럼 과잉 수요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개원의 C씨는 "일반 호흡기 질환과 관련된 약들도 부족하다는게 더 큰 문제"라며 "약 일주일 전부터 진해거담제, 소염진통제, 해열제 등도 부족한 상황인데 정부에서 아는지 모르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C씨는 "환자에게 그동안 계속 써왔고 잘 듣는 약을 처방하려고 하면 도매상에서는 '이 약도 없다, 저 약도 없다'고 한다"며 "의사가 환자의 증상에 맞는 치료법을 머리 속에 그리고 처방을 하려고 해도 약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안호균 기자(ahk@newsis.com)
http://naver.me/5EWy8xx5
현재 팍스로비드는 지정 약국 472곳에서만 조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처방을 받아도 재고가 남아 있는 약국을 찾으러 멀리까지 이동해야 하는 환자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또 약 처방과 조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환자를 상대하는 병원과 약국들의 업무도 폭주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팍스로비드의 공급은 조금씩 되고 있는 반면 처방은 14일 이후로 상당히 많이 늘었다"며 "처방을 받아도 환자가 약국에 가면 재고가 소진돼 있고, 약을 구하기 위해 다른 약국으로 멀리까지 이동해야 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병원에서도 팍스로비드 재고가 남아 있냐는 전화가 엄청나게 많이 오고 있다"며 "약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안내해야 하는데 그런 행정적인 업무로도 과부하가 걸려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서울 도봉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개원의 B씨는 "환자들은 너도나도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으려고 하는데 약이 없어서 처방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의사가 일부러 약을 안 주는 것으로 생각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같은 팍스로비드의 품귀 현상에 대해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선 정부가 팍스로비드를 충분하게 공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온 팍스로비드는 16만3000명 분인데 처방된 물량은 5만3000명분 뿐이고 11만명 분이 재고로 쌓여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요 관리에 실패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가격이 수십만원에 달하는 팍스로비드는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처방해야할 약임에도 증상이 경미한 환자들까지 구매 경쟁에 뛰어들게 했다는 지적이다.
B씨는 "약은 그만한 조건이 되고 증상이 동반돼야 처방할 수 있는데 기저질환이 있다고 처방해달라고 하고, 기침이나 콧물이 조금 나는 경미한 증상인데도 팍스로비드를 처방해 달라고 하고 있다"며 "가격이 80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싼 약인데 60세 이상에는 일괄 배송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인 부담을 2만원만 붙여도 아무도 안 사먹고 아픈 사람에게 약이 갈텐데 이 비싼 약을 공짜로 준다고 홍보를 하니 너도나도 처방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처방해야 할 약도 없다. 접근 방법이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의료 현장에서는 팍스로비드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호흡기 질환에 사용되는 의약품의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의약품 처방이 늘어난데다 마스크·타이레놀·진단키트 '대란' 때처럼 과잉 수요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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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씨는 "환자에게 그동안 계속 써왔고 잘 듣는 약을 처방하려고 하면 도매상에서는 '이 약도 없다, 저 약도 없다'고 한다"며 "의사가 환자의 증상에 맞는 치료법을 머리 속에 그리고 처방을 하려고 해도 약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안호균 기자(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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