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를 '고친' 게 아니라 서울말을 '익힌'…
민경환
2022.03.2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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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서울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인 2600만 명이 살고 있다.
더욱이 양질의 일자리 차이는 지역의 청년 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얼어붙은 일자리로 인해 지난해 3~4월 수도권으로 유입된 2만 7500여 명 중 20대의 비율은 75%에 달했다.
우리 모두 '태어나고 자란 장소'의 영향을 받은 '어디 사람'이다. 이 말은 나 또한 우리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방인'이자 '소수자'가 된다는 의미다.
'소수자'를 떠올리기 어렵다면 나의 경험을 비춰보면 된다. 내가 아이였을 때, 인턴이었을 때 겪은 경험, 혹은 여자라서 겪은 경험, 해외에서 의사소통하는 데 불편함을 느꼈던 일을 떠올리면 된다. 우린 누구나 하나쯤은 이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왜 노래 부를 땐 사투리 안 써?"
"(거기는) 지하철 없이 어떻게 살아?"
"OO지역 사람은 못 믿겠더라."
"명절에 '시골' 잘 다녀와!"
인터뷰에 참여한 계기는.
"지역인으로서 느낀 점이 있었다. 예를 들면 나는 창원 출신이지만, 일상에서는 사투리가 섞인 말투를 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내 출신지를 알고 '사투리 잘 고쳤다'라고 말할 때마다 '왜 이걸 칭찬하지?' '왜 마음 한구석이 찝찝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게 된 이유가 있나.
"서울에 왔을 때, 평상시 언어 습관대로 말했는데 사투리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나름의 관심이었겠지만, 보통은 초면에 듣게 되는 질문들이라 부담스러웠다. 일대일로 만났을 때 말투나 억양이 다르니까 '부모님은 어디 계시냐, 어디서 태어났냐, 어떻게 오게 됐냐'를 매번 설명하느라 피곤했다. 그때 튀지 않도록 남과 같은 언어를 익혀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사투리를 고친 게 아니라 서울말을 익힌 것이다. 두 개의 언어를 쓰는 셈이다."
사투리로 인한 경험 외에 느낀 차별이 있나.
"대다수의 매체가 지역 콘텐츠보다 수도권 중심 콘텐츠를 많이 내보낸다. 지역에서 보기에 전혀 상관없는 소식처럼 느껴지는데, 결국 전국 지역에 대한 이해를 낮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내가 진해에서 태어났다'라고 하면 '거기가 어디냐'라고 묻고, '창원 근처다'라고 답하면 '창원이 어디냐', '부산 근처다'라고 답하면 그제야 돌아오는 답이 '아, 경상도' 등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각각 다른 지역을 '시골로 퉁쳐서' 이야기하는 게 오랜 관습인 것 같다.
이런 관습으로 지역에 대한 이미지에 편견을 더러 느낀다. 농촌을 비위생적으로 여긴다거나 교통편이 불편하다거나. 누군가는 '거기서 어떻게 사냐', '공기는 좋아도 친구도 없고 못 살겠다'라고 말한다. 또 수도권의 인프라를 비교하면서 '이거(카페) 있냐, 저것도 없냐' 등 어떤 인프라가 갖춰있는지 수도권중심의 사고로 지역에 잣대를 들이대고 평가한다.
이를 내면화한 지역 주민은 당연히 자기 지역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진다. 지역의 어른들이 하는 말씀이 있다. 청년이 지역에 살고 있다면, '남아버렸네'라고 생각한다. 대학생 때 지역을 떠나야 '아, 걔가 뭐라도 하는구나'라고 여긴다. 그러니까 '남아있는 청년'을 측은해한다.
"자라면서 서서히 깨달았던 것 같다. 학교 선생님들부터 '지금부터 준비해야 이 진해 바닥을 떠서 성공한다'라고 말씀하기도 했다.
서울에 가는 사람은 뭔가 높은 것 같고, 서울에 가지 않은 사람은 낮아 보이는 그런 것. 또는 서울로 직행하지 않는다면 제3의 지역을 발판 삼아 서울에 가는. 즉 어떻게 해서든 종착지가 서울이어야만 한다는 걸 경험해온 것 같다."
그럼에도 다시 지역에 왔다. '탈(脫)서울'의 계기는.
"나와 함께 사는 친구들은 대부분 비건(채식주의자)이다. 독서모임을 하다가 만난 친구들인데 비거니즘(채식주의) 독서모임이었다. 동아리에서 관련 서적을 다루다 보니 생태, 환경문제에 눈을 뜨면서 삶을 돌아보게 됐다.
도시에서는 내 집을 가질 수 없어 빌려 사는 집에 사는데 변기를 생태 화장실로 바꿀 수도 없다. 그런 도시에서 생태적인 삶을 지속하기에 한계를 느낀다는 한 친구가 지역살이에 관심을 보였다. 보다 더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고자 지금 사는 지리산으로 함께 이주했다."
지역과 수도권의 차이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역과 수도권의 차이를 줄이는 방법은 연결되기라고 생각한다. 지역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지역이 더 이상 케케묵은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게 필요하다. 지역을 둘러보면 청년이 정말 많다. 현재 내가 사는 마을에만 20여 명의 또래 청년들이 살고 있다.
비거니즘과 페미니즘, 젠더 등 여러 가치를 나누며 지내는 친구들이다. 도시에 비해 콘텐츠가 부족하지만 없다고 느끼진 않는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가면 이마저도 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 마을이 전국에 이러한 농촌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 됐으면 한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52368
더욱이 양질의 일자리 차이는 지역의 청년 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얼어붙은 일자리로 인해 지난해 3~4월 수도권으로 유입된 2만 7500여 명 중 20대의 비율은 75%에 달했다.
우리 모두 '태어나고 자란 장소'의 영향을 받은 '어디 사람'이다. 이 말은 나 또한 우리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방인'이자 '소수자'가 된다는 의미다.
'소수자'를 떠올리기 어렵다면 나의 경험을 비춰보면 된다. 내가 아이였을 때, 인턴이었을 때 겪은 경험, 혹은 여자라서 겪은 경험, 해외에서 의사소통하는 데 불편함을 느꼈던 일을 떠올리면 된다. 우린 누구나 하나쯤은 이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왜 노래 부를 땐 사투리 안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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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시골' 잘 다녀와!"
인터뷰에 참여한 계기는.
"지역인으로서 느낀 점이 있었다. 예를 들면 나는 창원 출신이지만, 일상에서는 사투리가 섞인 말투를 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내 출신지를 알고 '사투리 잘 고쳤다'라고 말할 때마다 '왜 이걸 칭찬하지?' '왜 마음 한구석이 찝찝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게 된 이유가 있나.
"서울에 왔을 때, 평상시 언어 습관대로 말했는데 사투리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나름의 관심이었겠지만, 보통은 초면에 듣게 되는 질문들이라 부담스러웠다. 일대일로 만났을 때 말투나 억양이 다르니까 '부모님은 어디 계시냐, 어디서 태어났냐, 어떻게 오게 됐냐'를 매번 설명하느라 피곤했다. 그때 튀지 않도록 남과 같은 언어를 익혀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사투리를 고친 게 아니라 서울말을 익힌 것이다. 두 개의 언어를 쓰는 셈이다."
사투리로 인한 경험 외에 느낀 차별이 있나.
"대다수의 매체가 지역 콘텐츠보다 수도권 중심 콘텐츠를 많이 내보낸다. 지역에서 보기에 전혀 상관없는 소식처럼 느껴지는데, 결국 전국 지역에 대한 이해를 낮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내가 진해에서 태어났다'라고 하면 '거기가 어디냐'라고 묻고, '창원 근처다'라고 답하면 '창원이 어디냐', '부산 근처다'라고 답하면 그제야 돌아오는 답이 '아, 경상도' 등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각각 다른 지역을 '시골로 퉁쳐서' 이야기하는 게 오랜 관습인 것 같다.
이런 관습으로 지역에 대한 이미지에 편견을 더러 느낀다. 농촌을 비위생적으로 여긴다거나 교통편이 불편하다거나. 누군가는 '거기서 어떻게 사냐', '공기는 좋아도 친구도 없고 못 살겠다'라고 말한다. 또 수도권의 인프라를 비교하면서 '이거(카페) 있냐, 저것도 없냐' 등 어떤 인프라가 갖춰있는지 수도권중심의 사고로 지역에 잣대를 들이대고 평가한다.
이를 내면화한 지역 주민은 당연히 자기 지역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진다. 지역의 어른들이 하는 말씀이 있다. 청년이 지역에 살고 있다면, '남아버렸네'라고 생각한다. 대학생 때 지역을 떠나야 '아, 걔가 뭐라도 하는구나'라고 여긴다. 그러니까 '남아있는 청년'을 측은해한다.
"자라면서 서서히 깨달았던 것 같다. 학교 선생님들부터 '지금부터 준비해야 이 진해 바닥을 떠서 성공한다'라고 말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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