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치료수업에 15만원? 사교육 시장 내몰린 부모들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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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3>밑빠진 독에 돈붓기
한달에 월 600만원 쓰는 가정도
발달재활 치료비 단가 지속 상승
바우처는 월 14만~22만원 불과
"응용행동분석(ABA) 치료도 그때는 한 타임에 8만 원 정도였는데 최근엔 들어보니 경기도 평균가가 15만 원이래요."
강원 원주에서 자폐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틱장애 증상이 있는 10세 황민재(가명)를 키우는 최예현(가명)씨. 4세 후반 아들이 자폐 진단을 받자 '한시라도 빨리 좋은 재활치료를 받게 해주자'며 큰마음 먹고 서울로 이사했다. 정작 학령기가 되자 서울에선 특수학교 들어가기 어려워 원주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지역과 프로그램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사설 센터 발달재활 치료비는 한 타임(40~60분)에 4만5,000원~5만5,000원대로 형성돼 있다. 물론 훨씬 비싼 곳도 많다. 영유아기에 ABA 집중 치료를 하는 일명 '조기교실'은 1회(3~4시간) 비용만 50만 원이다. 월 8회면 400만 원이다. 복지관 재활치료는 1회에 7,000원~3만 원 안팎으로 더 저렴하지만 이용하려면 '무한대기'가 필수다.
한국일보 설문조사 응답자 중엔 재활치료비로 매달 600만 원을 쏟아부은 가정도 있었다. 최씨도 한때 월 200만 원을 썼다. 공공에서 방치한 사이, 발달재활 분야는 거대한 사교육 시장화되어 치료의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이다.
질병'과 달리 타고난 특성인 '장애' 자체를 완전히 고친다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자칫 폭력적일 수 있다. 다만 발달재활 치료는 문제행동을 줄이도록 교육하거나 뇌 발달이 활발한 영유아기에 다양한 자극을 줘 인지·언어·사회성 등을 높이도록 지원한다. 조금이나마 일상을 스스로, 어려움 없이 살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예컨대, ABA는 발달장애 아동이 바람직한 행동을 하면 보상(좋아하는 그림책)을 주고, 문제행동을 하면 벌(계단 오르내리기)을 주는 방식 등으로 교육을 한다. 이외에도 발달재활엔 감각통합(감통)치료, 언어치료, 놀이치료, 작업치료 등이 있다.
감통치료를 예로 들어보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인인 주인공 우영우는 까끌까끌한 라벨의 감촉을 싫어해, 항상 라벨을 떼고 옷을 입는다. 이처럼 발달장애인은 감각이 과도하게 예민하거나, 반대로 둔감해서 복잡한 감각 자극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감각 정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몸을 쓰도록 돕는 게 감통치료다. 부산에서 20대 발달장애 아들과 사는 도우경(52)씨는 "아들 어릴 때는 구강 반사가 심해서 입에 뭐가 들어오는 걸 못 견뎠고, 의사 선생님이 손도 많이 물리셨는데 이젠 다행히 감통치료가 잘돼서 치과에서도 잘 참는다"고 설명했다.
"집 팔아서라도 고치고 싶은 마음"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다. 한국일보 설문조사 결과, 장애 관련 비용으로 매달 100만 원 이상을 지출한다는 응답자는 부산(39.2%), 대전(35.3%), 광주(32.9%), 제주(30.8%), 대구(30.3%), 경기(29.6%), 서울(28.3%) 등에서 높았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6세 자폐아를 키우는 민현정(가명)씨는 "ABA에 언어, 인지, 특수체육, 미술치료까지 아들이 다니는 센터만 5곳"이라며 "마이너스 통장도 뚫어가며 작년까지 월 600만 원을 썼다"고 했다. 현재는 매달 350만 원이 든다.
민씨는 "조기치료를 하면 그래도 초등학교 일반반에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니, 부모 입장에선 최대한 '주 40시간' 치료에 맞추고 싶을 수밖에 없다. 너무 비싸서 장애인을 돈으로 보나 싶지만, 공급 자체가 적으니 부모는 '을'이 된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응답자는 말했다. "아이 교육과 센터비는 부모 몫입니다. 어릴 땐 월 300만 원이 들었고, 집 팔아서라도 고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겁니다." '상황만 되면 더 보내겠지만, 감당이 안 된다'는 울분 섞인 응답도 많았다. "치료비는 가정 형편 때문에 더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겁니다."(경북) "치료도 계속해야 하는데 너무비싸 이용을 못합니다."(서울)
재활치료비 지원이 없는 건 아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는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에 해당하는 만 18세 미만 장애 아동·청소년 가정에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를 지원한다. 월 서비스 금액은 22만 원인데,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액은 14만~22만 원으로 달라진다. 이 바우처를 복지관이나 사설 센터 치료 수업에 쓸 수 있다.
'22만 원'은 사업이 시작된 2009년, 회당 2만7,500원 수업을 월 8회 듣는 것으로 책정된 액수다. 하지만 최근 시세로는 월 3~4회밖에 이용을 못 한다. 집중 치료가 필요한 자폐 영유아에게 '주 20회 치료'가 권고된다는 걸 감안하면 턱없는 액수다.
5세 지적·뇌병변 중복장애 자녀를 둔, 제주에 사는 한정은(가명)씨는 "센터비가 원래 40분 수업에 4만 원이 많았는데, 요즘엔 5만 원으로 오르고 8만5,000원인 곳도 봤다"며 "그것도 아쉬워서 '울며 겨자 먹기'로 내지만, 비장애 아동 어머니랑 얘기해 보면 '어떻게 그 비싼 돈 내고 다니냐'며 집이 잘사는 줄 아신다. 근데 거기 아니면 저희 애는 어디서 수업받고 치료받겠냐"고 한탄했다.
'만 18세'가 지나면 바우처 지원도 아예 끊긴다. 한국일보 설문에도 "(자녀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월 20만 원 치료비 지원이 끊겨, 23만 원을 자부담 중인데 점점 감당이 안 된다"(광주) "만 18세 생일이 지나니 바우처가 다 끊겨서 치료를 못 한다. 성인 바우처도 만들어 주시면 좋겠다"(서울)는 요구가 많았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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