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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왈저 “나토 확장이 우크라전 촉발? 동의 못해···안보, 러 아닌 동유럽이 필요”

민경환
2022.06.08 01:18 5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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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142846?sid=104


‘우크라인은 러시아인’이란 푸틴 주장 맞선 저항이야말로 정의롭지 못한 전쟁 증명

러는 핵보유국, 서방의 직접 파병은 위험…휴전 가능성 높지만 휴전은 오래 못 갈 것


민주주의에서 ‘사회운동’은 억압받고 소외된 시민들에게 정치 참여의 길을 열어줘

신자유주의는 노동의 힘과 복지국가화 모두서 실패…불평등에 대처할 정치가 필요


■마이클 왈저


1935년 미국의 유대인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 교수를 지낸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철학자다. 그는 정의로운 전쟁과 그렇지 않은 전쟁에 대한 이론을 세웠을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정의, 민주주의, 민족주의, 사회운동, 페미니즘까지 폭넓은 주제에 대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해왔다. 왈저는 모든 전쟁을 부정하는 평화주의와 모든 전쟁이 정당화된다고 보는 현실주의를 동시에 비판하면서 전쟁 개시, 전쟁 수행, 전쟁 종결 등 전쟁의 각 국면에 대해 정의로운지에 대한 도덕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오랫동안 ‘민주적 좌파’를 위한 정치문화 잡지 ‘디센트’의 편집자로 일했으며, 일선에서 물러난 지금도 저술과 인터뷰 등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 “러시아 목적은 우크라이나를 위성국가로 만드는 것”


당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정의한 전쟁으로 규정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침공은 우크라이나인들이 그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도록 강요했다. 만약 그들이 싸울 이유가 없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장한 것처럼 내심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했다면 저항도 공격도 없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이야말로 이번 전쟁이 부정의하다는 것을 증명한다.”(왈저 교수는 지난달 ‘우크라이나인들의 정당한 전쟁’이란 제목의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쟁의 명분뿐 아니라 민간인 학살, 마리우폴 등 주요 도시에 대한 전면 포위와 민간인 고사 작전 등 수단에서도 정의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쟁과 다른 전쟁들의 차이점이나 공통점은 무엇인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는 다르고 1939년 소련의 핀란드 침공과 유사하다. 2003년 이라크에서는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미국의 침공을 환영했다. 하지만 1939년 소련이 침공하자 핀란드는 강력하게 저항했다.”(1939년 11월30일 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해 1940년 3월13일까지 ‘겨울전쟁’이 이어졌다. 러시아 제국에 속해 있다가 1917년 러시아 내전을 배경으로 독립한 핀란드를 소련이 침공한 전쟁으로, 핀란드는 결국 소련에 항복하고 영토 일부를 양보해야 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자초했다는 주장이 있다. 미국과 유럽이 나토 확장을 추진하고,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시도한 것이 러시아의 안보 불안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과 좌파 성향 학자들에게서 공통으로 나온다.


“현실주의자들의 입장은 소련에 세력권을 부여한 얄타에서 이미 시도됐다(1945년 2월 미국·영국·소련의 최고 지도자들이 크름반도 얄타에 모여 나치 독일이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처리와 관리에 대해 의견을 나눈 회담을 말한다. 당시 독일 분할, 폴란드 일부 영토의 소련 병합 등이 합의됐다). 이후 소련이 세력권 내에서 보여준 행동들은 잔인하고 권위주의적인 위성국가에 대한 대중의 광범위한 저항을 낳았다. 그리고 그것이 (동유럽 공산 독재 정권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진) 1989년 이후 나토 확장 요구로 이어졌다. 안보를 필요로 한 것은 동유럽이지 러시아가 아니었다. 좌파들의 경우 여전히 러시아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이 너무 많다. 아니면 단순히 미국이 하는 모든 것에 대해 자동적으로 반대한다. 하지만 해당 국가 인민과 상의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 또는 다른 나라를 다시 러시아에 넘겨준다는 것은 분명히 민주적이지 않고 좌파적이지도 않다.”


미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는 보내지만 군대는 보내지 않고 있다. 올바른 대처인가.


“그렇다. 무기와 자발적인 의용군은 지원해야 하지만 러시아가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군대를 직접 파병하는 것은 위험하다. 조심스럽게 관여하면서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계속된 항전이 민간인 희생을 키우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언제든 항복하면 살육을 중단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항은 우크라이나인들의 분명한 권리이며,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러시아인들이다. 민간인 살해에 대한 비난은 러시아를 향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양보함으로써 물러설 명분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러시아의 목적은 우크라이나를 복속시켜 위성국가를 만드는 것이며, 돈바스 지역 점령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첫번째 수단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돈바스 지역에 일종의 자치를 부여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그렇게 해왔는데 러시아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전쟁은 어떻게 끝날까.


“최종 해결보다 휴전의 가능성이 더 높지만 휴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만약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잔류한다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선 안 된다. 제재의 지속은 아마도 푸틴 이후 러시아 정부로부터 모두의 주권을 보장하는 최종 해결책이 나오도록 압박할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더 가까워졌다. 반면 중국·러시아와 미국의 대결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국제질서가 신냉전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에 동의하나.


“잘 모르겠다. 지금은 패권이 둘이 아니라 셋이며, EU가 이 상황에 잘 대처한다면 넷이 될 수도 있고, 동맹의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가 새로운 형태의 협력을 강요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역사에서 어떤 사건으로 규정될 것인가.


“어떻게 종결되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러시아가 이긴다면 역사에는 스페인 내전처럼 그려질 수 있다(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을 중심으로 한 우파 반란군이 1936년 스페인 좌파 인민전선 정부에 대항해 쿠데타를 일으켜 시작된 전쟁. 소련과 각국에서 몰려든 의용군으로 구성된 국제여단이 인민전선을 지원했고,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권 등 파시스트 진영이 프랑코파를 지원했다. 1939년 프랑코파가 승리해 스페인에 파시스트 정권이 들어섰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주권국가로 살아남는 데 성공한다면 더 나은 국제질서를 위한 신호로 비칠 것이다. 특히 대만 문제를 고려해보면, 중국이 이 모든 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역사적 중요성을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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